내일 있을 일제고사를 보지않겠다고 큰애가 다니는 학교에 전화했다. 무단결석 처리한단다. 그러든지 말든지 내 알 바 아니지만, 조금 있다가 학교에서 전화가 와서, 교육청에 보고해야 하고, 다음날이라도 학교에 출석하면 시험보게 한단다. 이건 또 뭔 말인지. "시험보게 할 수 없다"고 말했더니, 시험 결과를 토대로 아이들을 가르칠 것이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한다. 전화로 길게 얘기하는 것은 못마땅해서 나중에 통화하자며 끊었다.
교사가 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교사의 능력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어떤 평가 기준을 가지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도 오롯이 교사의 몫이다.(본래 이런 평가는 각 학교별로 교사가 출제하고 그걸 바탕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왔던 것이었다.) 하지만 국가가 만들어놓은 획일적인 기준으로 평가하고, 그걸 바탕으로 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건 교사가 아이를 가르칠 능력이 없음을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또한 아이가 시험을 보게하지 않을 학부모의 권리는 교육기본법(제13조 :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에 보장돼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의무라고 강요하는 것 또한 교육의 취지에 맞지 않다.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의하면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육권은 비록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아니하지만, 이는 모든 인간이 국적과
관계없이 누리는 양도할 수 없는 불가침의 인권이라고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가.
나는 무엇 때문에 이런 소동을 겪어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다수의 교사들이 교육부의 비교육적 정책에 끌려다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시험 등수에 따라 상금준다는 학교도 있다는 기사를 봤는데, 뭐 하자는 건지 참 말이 안나온다.
큰애가 일제고사를 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는 않지만, 차차 이해할 것이라 여긴다. 이번 시험거부는 아이의 생각보다 지금 벌어지는 반교육적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내 생각에 큰 비중이 있으니까 말이다.
내일 큰애는 체험학습을 간다. 시험을 보지 않는 다른 아이들과 절물자연휴양림, 용눈이오름을 다녀온단다. 시험보는 것보다는 자연에서 뭇 생명들과 함께하는 경험이 백배는 나을 것이다. 아침에 맛난 도시락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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